지수추종이나 자산배분 등 비교적 안전한 투자 전략이 있다고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레버리지 ETF 등 변동성이 큰 상품에 유혹되기 마련입니다. 1년동안 안전한 상품에 투자해서 7% 수익을 얻었는데 옆 사람이 하루만에 15%를 번다면, 당연히 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레버리지 상품이나 변동성이 큰 상품이 무조건적으로 투자하면 안되는 상품은 아닙니다. 다만 그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투자해야합니다.
레버리지 등 변동성이 큰 상품에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는 다음 3가지가 있습니다.
1. 손익 비대칭성의 원리
주가가 하락하여 손실률을 보았다면 그 손실률을 복구하기 위해서 손실률보다 큰 수익률이 있어야한다는 원리입니다. 예를 들어 -1%, +1%, -2%, +2%, -3%, +3% 로 계속 횡보하는 상품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럴 경우, 손실률과 수익률이 동일하니 원금이 그대로 보전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똑같이 적용을 해보면 손실률과 똑같은 수익률을 보여도 투자금액은 계속 감소합니다.
-95%의 손실률을 보면 그 후에 95%의 수익률을 봐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95%의 손실률을 복구하려면 1,900%의 수익률을 달성해야합니다.
1배수 투자도 위와 같은 시나리오대로 횡보를 계속하게 되면 손실을 보게됩니다. 레버리지 상품은 손익률에 대해 2배, 3배 레버지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위의 시나리오 그대로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당연하게도 손실이 더 커집니다.
이게 바로 레버리지에 장기투자하면 계좌가 녹는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1배수 지수추종이나 변동성이 적은 상품은 횡보장이 지속되더라도 아주 약간의 손실만 보는 반면, 레버리지 상품은 횡보장과 하락장 2가지 경우의 수에서 손실을 면치 못합니다.
2. 너무 과도한 MDD
일반적으로 사람이 투자할 때 버틸 수 있는 최대 낙폭, MDD(Max draw down)는 -20%라고 합니다. 자신의 전재산이 투자되어 있을 때 -20%만 손실을 봐도 견디지 못하고 손절을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하락장 시나리오를 보면서 얘기해봅시다.
하락 추세장일 때 3배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경우, 손실을 볼 금액 자체가 팍팍 줄어들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1배수의 손실금액의 3배보다 더 적은 금액을 손실보게 됩니다.
하지만 위의 시나리오 대로 6일 연속 -1% ~ -3% 하락하는 정도의 하락장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데, 이때마다 보는 손실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1배수의 경우 위와 같은 하락장 시나리오에서 10.5% 손실을 봤지만, 3배수 레버리지에 투자했을 경우 28.9%의 손실을 봤습니다. 이미 위에 언급했던 -20%를 뛰어넘었습니다. "나는 버틸 수 있겠지"란 안일한 마음으로 투자하기에는 힘든 수치라고 생각됩니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QQQ, QLD, TQQQ에 장기 적립식 투자를 했을 때의 실제 과거 데이터를 살펴봅시다.
2000년 1월 3일부터 21년까지 매월 100만원씩 적립식 투자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https://cosaf.tistory.com/103
※ 이전 재테크 초보탈출 시리즈에서 언급했듯이 백테스트를 할 때는 과최적화와 최근 편향을 없애기 위해 적어도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나, 2000년 닷컴버블 시기를 포함하여 백테스트해야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최종 결과가 +4,370% 수익? 와 진짜 좋은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의 수익률을 보면, 무려 10년 동안 적립식 투자를 했음에도 -41%라는 끔찍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4,370%의 수익을 보는게 아니라 이때 진저리를 치며 손절하게 됩니다.
실제로 크리스토퍼 브라운의 가치투자의 진실이라는 책을 보면 1985년부터 2005년까지 20년 간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1.9%였지만 이 기간 동안 실제 투자자들의 연평균 수익률은 3.9%에 불과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러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 간 누적수익률 2,700%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달성한 피터린치의 마젤란펀드가 그 예시입니다. 마젤란펀드는 손실이 본 해가 단 한 해도 없는 기록까지 가진 안전성을 갖춘 펀드였습니다. 그러나 가입자들 중 절반 이상이 손실을 봤다고 합니다. 1년도 채 되지않는 단기적인 손실조차 버티지 못해 손절을 하고 떠난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나스닥 지수보다 변동성이 적은 S&P500의 1배수 손실조차 견디지 못하고, 역사에 남을만큼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마저 포기하게 되는게 대부분의 사람일진데, 3배수 레버리지 투자를하면서 나는 다르겠지라고 한다면 조금은 오만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2010년대 이후 나스닥 시장은 역사적으로도 유래없는 상승세를 보였다는 최근 편향까지 고려한다면 더 그렇습니다.
3. 비싼 수수료
1억원 투자 시 매일 차감되는 운용보수를 나타낸 표입니다. 당연하게도 레버리지 상품의 수수료가 1배 지수추종 상품의 수수료보다 3배 이상 비쌉니다. 레버지리 상품은 추종하는 지수에 편입된 주식들을 선물 등의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레버리지 계수만큼 추가로 복제 편입합니다. 선물 투자를 하게되면 매우 높은 위험에 노출되며, 롤 오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합니다. 레버리지 상품 운용사들은 이렇게 발생한 손실을 운용보수로 메꾸게 되어,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부담이 됩니다.
장기투자 시 수수료의 차이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차이를 가져옵니다. 연평균수익률(CAGR)이 7%인 주식에 매월 적립식으로 200만원씩 30년 동안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나리오입니다.
똑같은 수익률을 거둔 상품일지라도, A주식은 IVV의 운용보수인 0.03%, B주식은 UPRO의 운용보수인 0.91%를 적용하면 최종 잔고는 3억 7천만원 가량 차이가 나게 됩니다.
위 3가지 이유를 보고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다시 생각하게 되셨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싶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선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1. 현재 투자 금액이 적고, 손실을 근로소득으로 커버할 수 있는 정도다.
사회초년생일 때, 아니면 결혼 등으로 큰 돈을 지출하여 다시 자산 형성을 시작할 때 레버리지 투자를 한다면 좋을 수 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 비율은 항상 나이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나이가 젊고, 안정적인 근로소득이 있을수록 공격적으로 투자해 적극적인 자산 형성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자는 "100 - 나이"가 공격적 투자를 해야하는 비율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는 "공격적 투자"가 레버리지 투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마다 기준은 다른 법이니까요.
만약 당신의 총 자산이 2천만원이고 월 소득이 300만원이라면, 2천만원을 레버리지상품에 투자해서 -20%의 손실을 본다고해도 2 ~ 3달의 근로소득이면 다시 원금을 복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이미 자산이 어느정도 쌓여 2억을 투자한다고 가정한다면 손실금액은 4,000만원이 됩니다. 이는 1년 동안 근로소득을 단 한푼도 쓰지않고 모아도 채울 수 없는 금액입니다.
2. 주식시장이 완전한 하락장을 맞아 기존 주가보다 많이 하락한 상태다.
코로나19, 리만브라더스 사태 등 경제위기가 닥친 후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해볼 수 있습니다. 주가는 위기가 해결되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고, 그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를 한다면 큰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그 누구도 어느 지점이 하락장의 마지막인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하락한 후에 지리멸렬한 횡보장을 2년 이상 지속한 후에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그 사이에 당신의 자산은 녹아있을거구요.
과거 데이터를 확인했을 때 MDD가 -40% 였고, 현재 하락이 -40%여서 레버리지 투자를 했다고 하더라도,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 자리가 승률이 조금 높은 자리일 뿐입니다. 다만 성공한다면 엄청난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을겁니다. 위에 이야기했던 나스닥 투자 결과표처럼 상승 추세장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보는 것이 레버리지 상품의 유일한 장점이기 때문입니다.
3. 자산의 일부만 투자하겠다.
위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버틸 수 있는 MDD는 -20%라고 했습니다. 이건 전재산을 투자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자산이 1억인 사람이 그 중 5천만원을 투자해 -20% 손실을 본다고해도 이는 MDD의 의미에서 -20%를 겪은 것이 아닙니다. 총 1억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1천만원의 손해를 보았으니 -10%의 손실을 겪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산의 10% ~ 20% 정도를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레버리지 상품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50%의 손실을 보더라도 실제로는 전체 자산의 5% ~ 10%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심리적인 타격이 줄어들게 됩니다. 투자성공률 또한 높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항상 자신이 감수할 수 있는 최대 리스크 중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에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수익률과 리스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무엇에 투자하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입니다.
글 제목은 레버리지 상품에 장기투자하면 안되는 이유라고 했지만,
레버리지 상품의 수수료가 비싸고, 횡보장에서 불리하고, 10년 이상 적립식 투자를해도 -41%의 손해를 볼 수 있는 것도 알고 있는 사람이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자한다면 그 투자는 존중해야 합니다.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할만큼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다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입니다. 제 글이 앞으로의 투자에 도움이 되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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